리처드 용재 오닐 + AMK의 바로크 콘서트 <미스테리오소>  -  2009/03/04 13:11

현악기를 좋아하지만 비올라는 상당히 낯설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에서 비올라란 게 얼마나 치이는 악기입니까. 예술의전당의 장소 문제일 수도 있겠어요. 제 자리는 E열 사이드 쪽이었는데, 비올라 다감바나 비오른첼로 소리가 좀 뭉치긴 하더군요. 예당에서 하는 콘서트는 처음 간 거라... 리처드 용재 오닐의 연주를 CD로라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그저 저는 이토록 유명하고 인기를 끄는 사람이라면 연주도 기본은 하겠지라고 생각했죠. 요즘이야 클래식 계도 아이돌 스타 시스템이 안착되지 않았습니까? 전세계적으로 워낙 젊은 천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고, 이들이 '천재' 소릴 듣는 데에야 이유가 있는 거죠. 저야 어차피 아직은 막귀인 데다 콘서트 자체를 그리 많이 다녀보지도 못했고요.

그런데 좀 많이 실망했습니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던 헨델-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를 연주할 때, 아이러니컬하게도 제 실망은 극에 달했습니다. 아마 이 곡 자체를 요 두어 달간 워낙 열심히 들어서기도 하겠죠. 주로는 카퓌송 형제의 바이올린-첼로로 들었고, 이자크 펄먼과 핀커스 주커만의 바이올린-비올라로도 들었어요. 리처드 용재 오닐은 AMK의 젊은 여자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틴 록스와 연주했는데, 일단 호흡도 미묘하게 어긋나고, 어설프게 들떠있는 느낌이었고, 특히나 아마도 비올라라는 악기의 특성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음과 음 사이 공백이 보이며 툭툭 끊어집디다. 거기에 그가 회심의 곡으로 준비한 듯한 마지막 곡 솔로, 비버의 파사칼리아를 연주했을 때는 "... 지금 학예회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어버렸으니. 음, 저의 '기본'이라는 기준이 영 이상한 건가. 제 취향이 영 이 사람하곤 안 맞는 건가.

동행한 분은 "이자크 펄먼과 핀커스 주커만을 줄창 듣고 있었다면 만족 못 할 만하도 하죠."라고 하셨습니다만. 역시 오닐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펄먼-주커스와는 다른 스타일로 카퓌송 형제가 연주했을 때도 전 극도로 흥분해서 눈물을 쏟아내며 어쩔 줄 몰라했었는걸요. 이 곡 자체가 사람을 업시키는 면이 있고, 워낙 한국사람들 감성에도 잘 맞고, 펄먼-주커만 같은 슈퍼스타의 엄청난 듀엣 연주도 이미 존재하고 있고, 그러니 한편으론 만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 까다로웠을텐데, 글쎄요. 전 예당을 가득 메운 팬들의 그 열혈한 팬심엔 도저히 감정이입을 못 하겠더군요. 제 귀엔 연주가 영 만족스럽지 않았으니까. 텔레만의 곡 중 비올라협주곡 G장조의 경우 1, 2악장에선 좋아서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3악장에선 그 눈물이 급짜게 식더군요. 2부는 헨델 신포니아에서 비탈리 샤콘느로 넘어가는 때에는 그냥 자버렸고.

얼마 전 출시된, 이날 연주한 레퍼토리가 들어가 있는 바로크 CD를 미리 들었다면 과연 이날의 이 재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까요. 실황과 CD는 느낌이 매우 다르니까, 아마 꼭 그렇진 않았을 거예요. 안타깝게도 오닐은 전혀 제 취향쪽이 아니었네요. 게다가 바로크에 대한 도전은... "아가, 욕심이 너무 과했구나"라고밖에 못 하겠다능. 사실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에서 치이는 비올라라는 악기의 솔로악기로서의 가능성을 계속 모색하고 확장하고 있는 오닐이니만큼, 아마도 익숙하고 친숙한 완숙함보다는 낯선 신선과 모험심, 그리고 치기 쪽을 더 고려해야 할 거고, 그게 오닐의 매력이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애초에 오닐의 유명세보다는 '바로크래...'라며 끌렸던 건데, 일단 제 귀는 툭툭이 끊어지는 그 음 사이 공백들에 너무 민감하게 굴어서 말이죠. 사실 원래의 제 취향으로 하면, 찢어지고 가는 바이올린보다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비올라 소리를 더 좋아하는 게 맞거든요. AMK 멤버들의 소리가 훨씬 더 좋기도 했고요. 하긴, 젊은 연주자들의 경우엔 뭐 완벽한 연주를 기대하기보다 같이 응원하고 같이 커가고 같이 모험하는 맛 쪽이 더 방점일 거예요. 그러니 팬심 가득한 팬들이 객석을 채워야 하는 것일 테고. 그렇다면 전 장소를 잘못 찾아간 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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